
안광이 지배를 철하다.
눈빛(안광)이 종이(지배)를 뚫고 나갈 정도로 강력하다는 의미다. 무언가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게 하려면 어떻게 일하는가. 그의 안광이 지배를 철할 정도로 몰입해 달려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정말 멋진 사람들이다. 끝끝내 일을 되게 하는 사람. 위대한 사람들 중 그렇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라. 이건희, 손석희 부터 이승건, 유재석, 아이유, 이찬혁까지. 그들이 작금의 자리에 올라올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이라는 거울을 더 잘보이기 위해 깨끗이 닦았던 사람들이 아니었다. 정말 원하던 무언가, 눈빛으로 종이를 뚫을 수 있을 것 같은 열망이 그들을 성공하게 했다. 반짝반짝한 거울이 되고싶었다면 그 자아를 바텐더가 얼음을 깎듯 마음도 깎으면 된다. 그런데 그 열망은 어디서 촉발하는가?
폭싹 속았수다에서 관식은 한평생 애순을 위해 사랑하며 그녀를 위해 모든걸 해냈다. 그는 못하는게 없는 아빠였다. 그의 안광이 지배를 철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애순과의 사랑 때문이었다. 그가 열심히 하는 만큼 믿어줬던 그녀가 그를 다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자식을 잃어 그의 삶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버틸 수 있던 이유는 남아있는 처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먹고 자란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인 대표들의 나지막한 충고를 때려 부수고 싶었다. 파운더가 되면 정상적인 삶은 포기해야 한다고, 평범하게 행복할 수 없고 일할 때 행복해야 한다고 그랬다. 그런데 그들도 사람이라면 응당 행복의 원천이 사람에게서 있었을 것이다. 그게 창업활동을 믿어주는 어떤 사람과의 애착이든, 결핍이 만든 비정상적인 갈망이든. 그래서 그들이 열망을 이루며 행복했기에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열망이 사람에게서 나오지 않는 사람은 AI밖에 없다. 사람의 내용물을 어설프게 따라하는 앵무새에 불과하다.
어째 내 인생은 그리 열망하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없어졌다는 표현이 맞겠다. 인스타를 접었다. 내가 더 깨끗한 거울이 되기 위해 자아를 깎으며 있어보이는 것처럼 구는 나를 혐오했다. 그렇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는게 싫어 계속 인스타를 켰다. 어렵사리 인스타를 끊으며 가짜 인간관계를 모두 단절하고 나니 내가 전심으로 사랑하는 대상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가족은 아니고, 여친은 헤어졌다. 신한테 기댈 정도로 믿음이 강하진 않다. 군대에서 정말 힘들어서 하나님한테 울고 여친한테 울었지만 가족한테는 좀처럼 기대진 않았던 것 같다. 여친을 사귈 적에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과 여친의 바램이 상충할 때가 많아 꿈을 향하는 모습이 족족 부정으로 뇌리에 꽂혔다. 그렇게 2년을 같이 살면서 이건 아니다 싶어 헤어지고 나니 어느새 그 크던 꿈은 어디가고 배우자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평범한 갈망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사랑하는거 좋지, 근데 그 행위가 꿈과 상충된다고 느껴진다. 몸이 거부한다. 그렇게 나는 꿈을 향한 작은 발걸음에도 숨을 크게 헐떡이는 천식같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왜인지 깎아내리는 것만 배우며 자란 부족한 사람이 팀원들에게 꾸역꾸역 안하던 칭찬을 한다. 그들이 나를 믿어주고 임해주는게 고마워서 책에서 배운대로 칭찬을 한다. 혹자는 그렇게 하면 팀원들이 더 성과를 내고 열심히 달려가는 연료가 된단다. 그런데 내 연료는 어디서 얻는가? 25년 1월부터 5월까지 칭찬에 인색한 연구실에서 하는 족족 내리 까이며 자존감이 바닥을 쳤는데. 그리고 창업으로 지원사업이나 경진대회에 붙으며 겨우 성과를 내니 자기만족 외에 얻는 게 없었다. 그 결과를 보고 너는 잘 할 줄 알았다고 믿어주는 사람이 있는게 아니었다. 창업 싫어하는 부모님을 위해 결국 스펙쌓기 위함이라며 둘러대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팀원들을 믿고 의지할 수도 없다. 한 배에 탄 선원들이라 희로애락을 같이 해야한다고 비유하지만 여기가 바다처럼 하선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라서. 아, 치열하게 살려면 정상적인 애착이 필요하다는게 빈말이 아니다.
암시하자.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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